"운동 후에도 벗기 싫어"…운동광이 만든 브랜드 韓에 꽂혔다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입력 2023-10-13 15:48   수정 2023-10-13 16:01


최근 북미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프리미엄 액티브웨어 '뷰오리(Vuori)'가 한국을 주요 거점시장으로 점찍었다.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이 브랜드는 여성이 주류였던 액티브웨어 시장의 '빈틈'이라고 할 수 있는 남성 시장을 먼저 공략하며 무섭게 성장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가열된 액티브웨어 열풍에 올라타며 사세를 키운 뷰오리는 현재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룰루레몬'과 '나이키'의 대항마로 불린다. 지난 2021년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4억달러(약 54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아시아 첫 매장, 한국에 열어

지난 1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난 뷰오리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조 쿠들라(Joe Kudla) 대표는 "뷰오리가 미국에서 액티브웨어 시장을 선도해왔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다양한 활동에 두루 적합한 액티브웨어'라는 신선한 시각을 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액티브웨어는 스포츠·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는 물론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활동복을 말한다.

뷰오리는 액티브웨어 브랜드 중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힌다. 무분별하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소수의 핵심 거점국에 우선 집중한다는 전략을 택한 이유다. 그런 뷰오리가 아시아 최초 매장을 낸 국가로 선택한 곳이 바로 한국이다. 현재 아시아의 뷰오리 상설매장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매장이 유일하다. 향후 추가 매장 오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뷰오리의 핵심 제품군을 중심으로 선보이되, 한국의 추운 겨울 날씨를 반영해 아우터에 집중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쿠들라 대표는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져온 건 상당히 오래전부터다. 한국은 문화와 트렌드에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허브이기 때문에 반드시 한국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시장인 만큼 파트너십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뷰오리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지난 8월 국내 독점 유통계약을 맺으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 진출을 생각해왔기 때문에 뷰오리와 딱 맞는 파트너를 찾기 전까지는 섣불리 들어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뷰오리와 브랜드 구축에 대한 비전과 가치를 공유했기 때문에 함께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운동광이 만든 운동복

뷰오리를 만든 쿠들라 대표는 활동적인 남부 캘리포니아 출신답게 스키·서핑 등 아웃도어 활동은 물론 골프·요가·테니스까지 즐기는 '운동광'이다. 자신처럼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쿠들라 대표의 설명이다. 스포츠, 그리고 건강한 삶에 대한 애정이 액티브웨어 브랜드 설립으로까지 자연스레 이어진 것이다.

쿠들라 대표는 "대학시절 미식축구와 라크로스 등 과격한 운동을 많이 했는데 그러다가 허리를 다쳤다"며 "이후 요가를 접했고, 트레이너와 함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면서 부상을 회복했는데, 이 과정에서 남성용 액티브웨어 시장이 비어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뷰오리가 남성용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에 데뷔한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다. 여성 고객을 겨냥한 제품을 먼저 내놓은 후 남성용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는 룰루레몬 등 일반적인 액티브웨어 브랜드들과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한 것이다. 쿠들라 대표는 "언더아머·나이키·아디다스 등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아닌, 프리미엄 액티브웨어의 경우 남성을 위한 브랜드가 전무했다"며 "이 공백을 처음으로 공략한 게 바로 뷰오리"라고 말했다. 남성 고객층을 먼저 공략한 후 여성용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뷰오리는 현재 남성과 여성 제품의 비율을 5대5로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액티브웨어 시장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다. 건강한 삶의 가치가 커지고 있고,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편안한 옷'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 후에도 이를 계속 찾게 됐다는 분석이다.

뷰오리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민간 의류 기업 투자로서는 최대 규모의 금액을 유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쿠들라 대표는 "소프트뱅크는 시장의 판도를 뒤집고,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비전을 가진 기업들에 투자한다"며 "뷰오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가 될 수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운동 후에도 벗기 싫은 옷

뷰오리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부드러운 촉감의 기능성 원단이다. 특히 '드림니트' 소재 제품들이 유명하다. 신축성과 통기성이 뛰어난 이 소재는 면보다도 부드럽다. 쿠들라 대표는 드림니트와 관련해 "혁신적인 기술로 만들었다"며 "현존하는 기능성 원단 중 가장 부드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스포츠웨어 브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합성섬유 느낌의 소재를 최대한 지양하고 면 같은 천연소재의 촉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뷰오리의 철학이다.

쿠들라 대표는 본인을 '원단에 집착하는 CEO(textile-obsessed CEO)'라고 부른다. 그만큼 원단에 진심이다. 제품 개발팀도 직접 이끌고 있다. '운동이 끝나고 바로 벗어던지는 옷'이 아닌, '운동 후에도 계속 입고 싶은 편안한 옷'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는 "보통의 브랜드가 디자인을 먼저 만들고 나서 그 디자인에 어울릴만한 원단을 찾는다면, 뷰오리는 그 반대"라며 "훌륭한 원단을 먼저 확보하고 난 후 그에 맞춰 디자인을 한다"고 말했다. 뷰오리의 옷들이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덜어내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제작되는 것도 보다 원단에 집중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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